토론
일본으로부터, (남성 간의) 사랑을 담아: BL 미디어와 젠더・섹슈얼리티의 변용
강연자: 제임스 웰커(James WELKER)
일본의 BL(Boy's Love) 미디어는 여성 작가들이 여성 독자들을 타깃으로 남성 간의 사랑이나 성적인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 소녀만화(girl's comics)에서 기원한 BL은 그 이후 상업지는 물론 동인지 같은 팬 미디어나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 드라마 CD, 실사영화, 피규어, 비디오 게임 등 타 영역으로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아가 BL 미디어는 문화적・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아시아 여러 지역에도 전파되고 수용되었는데, 다만 이러한 지역에서는 종종 일본과는 다른 성격의 팬들이 다른 맥락에서 소비하면서 또 다른 문화적 효과를 창출했다.
오늘 강연에서는 강연자가 기획, 편집한 『BL이 여는 문: 변용하는 아시아의 섹슈얼리티와 젠더』(BLが開く扉 ―変容するアジアのセクシュアリティとジェンダーBL;青土社2019)와 곧 영어로 출간될 후속 시리즈의 내용을 바탕으로 BL미디어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등에 미친 사회문화적 영향을 분석한다.
일본 만화속 「여성 간의 사랑」의 계보
강연자: 후지모토 유카리(藤本由香里)
BL, 즉, 남성 간의 사랑을 다룬 여성향 만화나 소설은 이미 유명하고 최근에는 해외에까지도 그 문화가 널리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만화에는 남성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의 계보도 존재한다. 1970년대 초, 남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이 등장하던 것과 같은 시기에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도 다수 등장했는데, 그 중에는 당시 유명한 여성 만화가들이 그린 작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백화요란(百花繚乱)의 기세로 융성하기 시작한 남성 간의 사랑과는 달리, 여성 간의 사랑은 70년대 중반 이후로 15년 간 거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시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변화한 덕분인지 1990년대에 들어선 이후로는 상황이 반전되어 밝은 분위기의 레즈비언 이야기나 여성 간의 친밀한 유대를 묘사한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남성팬들도 「여성 간의 사랑」에 주목하기 시작하여 전문잡지도 생겨나게 되었으며. 그때까지 「백합(百合)」이라고 불렸던 장르가 BL에 대응되는 GL(=Girl's Love)라 불리게 되었다. 이 강연에서는 일본 만화 속 「여성 간의 사랑」의 계보를 되짚어보는 동시에 「여성 간의 사랑」이 점하는 위상은 여성이 자기 자신의 성을, 다시 말해 「여자임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