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25년 11월 11일, 제299회 일본전문가 초청 세미나가 서울대 국제대학원 GS룸과 온라인 zoom에서 개최되었다. 하이브리드 강연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하성호 국립부경대학교 글로벌차이나연구소 HK연구교수가 “일본 아동용 대중문화와 사실주의적 기계 묘사: 전전에서 전후로의 계승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에 따르면 전쟁 이미지는 1960년대 이후 일본의 아동문화의 주요 양식으로 정착했고, 2차대전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계보를 그릴 수 있다. 전시하에 아동용 병기 일러스트를 그린 고마쓰자키 시게루(小松崎茂, 1915-2001)가 전후 기계화 일러스트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데, 그 선배격인 고단샤(講談社) 그림책의 삽화가들이 있었음에도 고마쓰자키가 전후 일러스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구도의 역동성, 화면의 높은 밀도, 기체 표면의 거친 금속 질감, 공상 병기의 창조적 디자인 등이 선배 작화가들과 다른 고마쓰자키의 독특한 일러스트 경향이다.
패전 이후 간행 중지 출판물들이 복간되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담론이 확산하자, 여러 삽화와 텍스트를 병치한 에모노가타리(絵物語) 양식이 자리잡았다. 고마쓰자키는 과학 모험 에모노가타리 장르에서 전쟁 당시의 아이디어를 거의 차용한다. 그는 이미 미국의 대중 과학 잡지로부터 상당한 아이디어를 차용했으며, 전쟁 당시 고마쓰자키가 『기계화(機械化)』 작업을 통해 수련한 글쓰기 능력 역시 에모노가타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70년대 초까지 고마쓰자키는 미래 예상도와 프라모델의 패키지 일러스트(박스 아트)에서 활동적으로 작업한다. 이때에는 공해 등 과학기술의 부정적 영향이 대두되며 호러, 오컬트 등 상상력이 강조되었다. 프라모델이나 전쟁 이야기 등에서 재현된 전쟁은 ‘죽음이 빠진’ 전쟁으로서 어린이들의 동경 대상이 되었다. 과학기술이 부족해서 패전했다는 전후 인식은 역설적으로 전전의 기계와 병기들을 일본 과학기술 발전의 맹아로서 재인식하게 했다.
토론에서는 고마쓰자키 본인의 전쟁 협력에 대한 자각, 오사카 만박 전후 시기 과학기술이 갖는 국적성에 대한 인식, 미국의 전쟁화(戦争画)와 일본의 전쟁화가 맺는 관계, 『기계화』 출간 당시 일본 군부와의 상호작용, 일본 대중문화의 우경화 논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발표자는 60년대 후반의 오컬트와 70년대의 ‘일본침몰’ 서사로 이어지는 이후 전쟁 묘사 대중문화의 궤적을 설명하면서, 미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전쟁화가 항공화(航空画)의 한 부분으로서 지식 전달 목적으로 취미 영역에서 다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우경화 논란에 대해서는 내러티브 안에서의 맥락, 관습을 고려해서 시대에 따라 변용해 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도덕적 ‘더러움’과 ‘깨끗함‘의 이분법 너머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