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22년 3월 22일, 제261회 일본전문가 초청세미나가 웨비나로 개최되었다. 50여 명의 참가자가 참석한 가운데 사다카네 히데유키 릿쿄대학 사회학부 현대문화학과 교수가 ‘일본형 서브컬처의 종언과 재편: 소비사회의 100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발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근대 일본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서브컬처는 노동에서 배제되어 소비로부터도 소외된 아이들, 즉 연소자 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전전의 연소자 집단은 용돈 즉 구매력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계층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활동사진 즉 영화가 연소자에게 주어진 첫 산업적 오락이었으나,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영화 내용의 고도화와 검열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연소자의 수가 감소함과 동시에 연소자 문화가 계층에 따라 그림 연극, 디즈니 영화, 번안 만화 등으로 분열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전후에 이르러 연소자 집단의 구매력이 확대되고 권리화되었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용돈을 필요할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주 단위, 월 단위의 정액제로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용돈 사용이 보다 자유로워졌고, 연장자에 대한 반항이 가능해졌다. 연장자에 반항하는 연소자의 활약을 담은 내용을 그린 전기(戦記)만화가 이때 연소자 독자에게 크게 인기를 얻은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기만화가 주로 남성 연소자에 의해 소비됐다면, 이때부터 소녀용 만화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특히 발레 만화가 여성 연소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발레 만화 역시 마찬가지로 ‘가정’으로 대표되는 연장자에 대한 대항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 서브컬처의 성장은 이렇게 연소자 집단의 구매력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발맞추어 이루어졌다. 연장자가 만들어내었던 전후국가와 가족이라는 일본형 소비사회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이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연소자 문화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구매력이 일반화됨과 동시에, 연소자 대상 서브컬처가 연장자에 의해 식민지화되고 재편된 것이다. 결국 연소자는 연장자 집단이 가진 권력에 큰 반항 없이 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 소비사회는 연소자를 거두어들이면서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소비사회의 강인한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중 ‘연소자’ 개념 정의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발표자는 본 발표에서 사용한 연소자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연령 상의 권력관계를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약하고 구매력이 없는 쪽을 지칭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노동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는 조건이 가장 핵심 조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외에도 서브컬처 전공 연구자들이 다수 참석하여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전전의 아동 문화와 서브컬처가 연결되는 맥락, 전기 만화와 가상 전기의 연결 가능성, SNS와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최근 연소자와 서브컬처에 대한 의견, 연장자 오타쿠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논리가 연소자의 영역을 침범할 가능성 등의 많은 질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후 세미나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