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20년 10월 13일, 제242회 일본전문가 초청세미나가 웨비나로 개최되었다. Zoom을 이용한 30여 명의 참가자가 참석한 가운데 동국대학교 일본학과 송정현 교수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일본경제 향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발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본은 특히 수출 중심의 제조업 업종인 자동차, 철강, 조선이나 관광과 관련된 숙박, 음식 서비스, 대인 서비스 등의 비제조업의 경기가 악화되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일본이 코로나19를 빠른 시기에 수습한다고 해도 –6.8%의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 예측했고, IMF 역시 –5.2% 성장을 예측하였다. 그러나 더 암담한 전망은 코로나가 수습된 이후라도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인하여 2032년 이후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며, 코로나19 사태는 이 추세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이는 아베노믹스의 정책 성과와 연관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아베 정권은 대담한 금융정책, 기민한 재정정책, 민간투자 촉진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바탕으로 경기부양을 도모하였지만, 7년이 지난 현재 두드러진 GDP 성장이 없었다는 점이 데이터로 실증된다. 정부의 지출은 크게 늘었지만, 민간이나 기업, 가계소득의 증대는 그만큼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데이터로 실증할 수 있다. 2020년 일본 정부는 세입의 45.4%를 국채에 의존하는 중인데, 국채를 회수하기 위한 금액이 전체 세출의 18.3%에 달한다. 이는 정부의 고질적인 재정경직성이며, 경기부양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예산이 국채 유지에만 쓰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전인 2009년 시점에서 국가부채가 이미 GDP 대비 200%를 초과했고, 아베노믹스의 확장 재정정책과 동일본대지진의 복구로 지속해서 이 수치가 악화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도까지 GDP 대비 237% 수준, 이 수준의 지출이 2035년까지 이어질 경우 국가부채가 GDP 대비 27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정부 부채 구조는 개선된 적이 없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중이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의 50조엔 규모 추경도 전액 국채로 발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한 스가 총리 역시 거시적인 구조개혁보다는 빠른 성과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 추경 예산의 확충은 재정건전성의 문제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적으로도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 산업 회복이나 외국 방문객 차단에 따른 관광 산업 회복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과제는 언택트 및 4차 산업혁명의 고부가가치 신수요 산업의 육성과 함께 재정건전성에 대한 검토에 있을 것이며, 이는 비슷한 경제구조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표를 마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가장 관심이 컸던 부분은 일본 국채의 안전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발표자는 “일본 국채의 안전성은 보장된다”고 하면서도, 민간의 부채 회수 가능성이나 국채가 차지하는 너무 높은 세출 비중,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날 정부의 타 분야 지출 감소와 재정경직성은 장기적으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는 질문에 대해 발표자는 아베노믹스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였던 가계실질소득이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이러한 점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 전망했다. 이외에도 올림픽 개최 실패의 여파, 타격을 입은 관광 산업에 대한 대책, 디지털 화폐 문제, 스가노믹스에 대한 예측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약 한 시간 반에 걸친 세미나가 마무리되었다.